1. 재무부, 미연준 앞 중앙은행제도 전문가 파견 요청(1949.6.)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던 재무부와 조선은행은 각 기관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나라의 금융·경제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중앙은행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국제적 금융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이에 ECA(미 경제협조처)의 제안을 토대로 1949년 6월, 정부는 재무부장관(김도연) 명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게
중앙은행제도 관련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였다.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은 미국 연준 이사회는 같은 해 9월
뉴욕연준의 조사국 국제수지과장 블룸필드(Arthur I. Bloomfield)와 동 은행 감사과 과장보 젠슨(John P. Jensen) 등 전문가 2명을 한국에 파견하였다.
2. 블룸필드와 젠슨, 한국은행법 초안 정부 제출(1950.2.)
블룸필드와 젠슨은 약 5개월간에 걸쳐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당시 남한의 금융경제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정부안과 조선은행안을 참고하고 정부당국, 금융계 대표 및 ECA 당국자들과 의견 교환을 거쳐
한국 중앙은행제도 개편에 관한 건의서(Recommendations Regarding Central Banking Reform in Korea)와 한국은행법 초안(Draft Act Establishing the Bank of Korea)을 작성하였다.
이중 한국은행법(안)과 중앙은행제도 개편에 관한 건의서 등이 「조선은행 조사월보」 1950년 3월호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한편 한국은행법 초안은 당시 ECA의 법률고문이었던 에른스트 프랭켈(Ernst Fränkel) 박사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아 한국 정부에 제출되었다.
블룸필드와 젠슨은 건의서에서 심각한 인플레이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경제·금융체계의 후진성을 당시 한국 경제여건의 특수성으로 진단하면서, 중앙은행제도 개편의 목적이 정치적 압력과 간섭으로부터 독립하여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중앙은행을 설립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 있음을 피력하였다. 특히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7인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둔 것은 중앙은행과 그 정책을 민주화하고 외부의 불법적·전단적(專斷的) 정치 압력과 간섭의 가능성을 줄이며 중앙은행의 운영과 정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임을 적시하였다.
3. 재무부, 한국은행법 제정안 발의(1950.3.) 및 한국은행법 공포(1950.5)
블룸필드와 젠슨이 제출한 한국은행법 초안은 재무부 내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일부 수정되어 법제처에 회부되었고,
법제처는 재무부, 법제처, 조선은행 등을 포함한 특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심의했다.
법제처의 심의를 거친 한국은행법안은 1950년 3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한국은행법안은 1950년 3월 18일 국회에 회부되어 재정경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4월 18일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이후 4월 18일과 21일 양일간 찬반토의에 이은 표결 결과 재석 102, 가 78, 부 6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마침내 「한국은행법」은 1950년 5월 5일 법률 제138호로서 공포되었다.
한국은행법 및 은행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각 조문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하여 추가적인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1952년 2월 11일 한국은행 문서국(문서국장 이호상)은 두 법안을 기초한 블룸필드 박사에게
「한국은행법」, 「은행법」의 해석 및 운용에 대한 40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내 이에 대한 답변서를 회신받기도 하였다.
동 질의의 내용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지시·감독 권한 범위, 총재의 업무권한 및 임기, 조직의 운영 등 다양하였다.
블룸필드 박사는 답변서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양 법의 조문과 정신을 고수하기 위하여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대한 격려와 함께
40개 질의사항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과 답변을 하였다.
이와 더불어 블룸필드 박사와 젠슨은 통화정책 및 은행감독체계와 관련하여 한국은행에 보고 및 건의서를 수 차례 제출하였다.
해당 자료의 원문은 전해지고 있지 않으나, 1965년 한국은행 조사부가 블룸필드박사와 젠슨의 보고서 총 7편을 엮어 단행본으로 발간한 도서
「한국금융에 관한 보고와 건의」(Reports and recommendations on monetary policy and banking in Korea, 1965.10)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보완 및 검증과정을 통해 한국은행은 창립 초기 제도와 조직 운영의 기틀을 정립할 수 있었다.